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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의 우주선에 탑승한 당신을 환영합니다!

관리자 | 2014.12.27 03:30 | View 459
<인터스텔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다섯 가지 키워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11월5일 개봉한다. <인터스텔라>는 그가 우주로 시선을 확장해 만든 첫 번째 SF 영화다. 배우 및 스탭들이 참석한 캐스트 스크리닝에서 영화를 본 한 관계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따스함과 스탠리 큐브릭의 명석함이 모두 담겨 있다”고 영화를 평했다.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 외신 인터뷰와 프로덕션 자료를 참고해 <인터스텔라>가 어떤 영화가 될지 미리 내다보았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 우주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을 담았다.



1 스티븐 스필버그 정신으로 탄생하다



어쩌면 우리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터스텔라>를 볼 수도 있었다. 8년 전, 스필버그와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 그리고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킵 손은 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 <인터스텔라>를 준비 중이었다. 린다 옵스트와 킵 손은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 때 만나 인연을 다졌고, 킵 손은 린다 옵스트에게 ‘뒤틀린 시공간’(warped space-time) 이론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스필버그가 흥미를 보였다. 스필버그는 <메멘토> <프레스티지>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시나리오를 쓴 크리스토퍼 놀란의 동생 조너선 놀란에게 <인터스텔라>의 각본 작업을 맡겼다. 조너선 놀란은 4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렸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상대성 이론도 공부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프로젝트 진행 속도는 더뎠고, 스필버그가 잠시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사이 크리스토퍼 놀란이 <인터스텔라>에 관심을 보였다. 놀란은 <인터스텔라>의 토대를 다진 이들의 버전과 “충분히 호환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결국 <인터스텔라>의 조종석엔 스필버그 대신 놀란이 앉았다.



알려졌다시피 놀란은 SF영화의 광팬이다. 놀란은 <인터스텔라>가 스필버그의 수많은 영화들을 포함해 자신이 어린 시절 보고 환호한 블록버스터들을 닮았으면 했다.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미지와의 조우>나 <죠스> 같은 영화엔 위대한 정신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영화를 보지 못한 지 너무 오래되었다. 물론 J. J. 에이브럼스는 <슈퍼 에이트>를 만들어 스필버그에 대한 훌륭한 오마주를 바쳤다. 하지만 그건 너무 정직한 오마주였다. 오늘날 그런 영화를 만든다면 그 영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흔히 가족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은 말랑말랑한 영화를 만든다고 이해한다. 요즘의 가족영화라는 말엔 일종의 멸시가 담겨 있다. 하지만 내가 아이였을 땐 센스 있고, 엣지 있고, 도전적인 가족영화들이 있었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 정신을 <인터스텔라>에 가져오고 싶었다.” 스필버그로 시작해 놀란으로 마무리된 <인터스텔라>는 어쩌면 이제껏 우리가 본 놀란의 영화 중 가장 따스한 감성을 품은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매튜 매커너헤이, 앤 해서웨이, 데이비드 기아시(왼쪽부터)가 인류의 새 터전을 찾기 위해 성간여행을 시도하는 탐험대로 출연한다. 앤 해서웨이는 생물학자 브랜드 역을 맡았다.

2 시공간을 넘나드는 실현 가능한 여행



<인터스텔라>는 웜홀을 통한 성간여행을 시도하는 인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놀란의 표현을 빌리면 <인터스텔라>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가장 신비한 사건에 인간이 관여하게 되는 이야기”이며 “성간여행을 통해 정상적인 우주여행으로는 가지 못했던 곳에 가는 이야기”이다. 전세계적인 식량난으로 각국 경제가 붕괴된 미래. 사람들은 당장에 마실 물과 음식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기술자이자 농부이고 한때는 파일럿이었던 쿠퍼(매튜 매커너헤이) 역시 어린 딸과 아들을 홀로 키우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다 쿠퍼는 인류의 희망을 찾아 우주로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지구에 남겨둔 채 한가닥 희망을 품고 시공간의 불가사의한 틈으로 들어간다. 웜홀은 시공간의 두 곳을 잇는 좁은 통로를 뜻하는 과학 용어로, 일종의 성간여행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985년 칼 세이건은 <콘택트>를 집필할 당시 성간여행을 하는 데 웜홀을 지름길로 쓸 수 있는지 킵 손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킵 손의 결론은 고도로 발달한 문명에서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 킵 손은 ‘웜홀, 타임머신 그리고 약에너지 조건’(Wormholes, Time Machines, and the Weak Energy Condition), ‘시공간의 웜홀과 성간여행에서의 그 유용성’(Wormholes in Spacetime and Their Use for Interstellar Travel) 등의 논문을 통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의 논문은 이후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에 이론적 근거를 뒷받침해주었다. 물론 놀란은 <인터스텔라>가 단순히 시간여행을 다루는 영화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금세 다른 행성에 도달해 있는 그런 시간여행 영화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놀란 형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미래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그렇기 때문에 놀란의 <인터스텔라>는 천체물리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꽤 흥미로운 텍스트가 될 것이다. <인셉션>이 심리학자와 건축가에게 흥미로운 텍스트였던 것처럼.



3 <인셉션>과의 대칭점을 찾아라



“<인터스텔라>는 <인셉션>의 거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놀란은 “<인터스텔라>와 <인셉션>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하면서 “거울 이미지”란 표현을 썼다. 두 영화의 모양새는 닮았지만 방향성은 정반대라는 뜻이다. 놀란의 보충 설명은 이렇다. “<인셉션>은 내면에 집중한 영화고 <인터스텔라>는 밖으로 확장을 꾀하는 영화다.” 우선 두 영화의 공통점. <인셉션>의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쿠퍼는 처한 환경이 비슷한 남자들이다. 아내 없이 홀로 자식들을 키우고 있지만 그 자식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처지다. 또한 그들은 뛰어난 실력을 가진 전문가로 동료들과 함께 팀을 꾸려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차이점. 앞서 <인터스텔라>가 바깥으로 확장을 꾀하는 영화라는 말은 놀란의 변화를 암시한다. 놀란은 인간의 마음속을 탐험하길 즐기는 감독이다. <미행>부터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이르기까지 놀란은 불완전한 기억과 꿈속에서 헤매는 인물들, 강박과 의심과 죄책감이 뒤엉킨 세계에 갇힌 인물들을 집요하게 탐구했다. 꿈속의 꿈속의 꿈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에 접근한 <인셉션>은 놀란의 내면 탐구의 끝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인터스텔라>는 그와는 반대로 확장을 시도한다. 지구 바깥에서, 은하계에서 인간을 바라본다. 변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심이 인간이라는 미스터리한 존재에 여전히 닿아 있으며, 그에게 리얼리티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그가 창조하는 세계는 가상의 세계지만 그가 매력을 느끼는 세계는 판타지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의 세계다. 놀란은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려” <인터스텔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VFX 슈퍼바이저 폴 프랭클린도 말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나 <인셉션>과 비교하면 <인터스텔라>의 시각효과 장면은 그리 대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모험 가득한 이미지를 창조하려고 했다.” <인셉션>에서 땅과 하늘을 뒤집어버린 놀란이 <인터스텔라>에선 어떻게 4차원의 시공을 주무를지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에드워드와 벨라의 딸 르네즈미로 등장한 매켄지 포이(왼쪽)가 <인터스텔라>에선 쿠퍼(매튜 매커너헤이)의 딸로 나온다.

4 백퍼센트의 캐스팅, 매튜 매커너헤이



<배트맨> 3부작과 <프레스티지>를 함께한 크리스천 베일과 마이클 케인은 크리스토퍼 놀란 사단의 대표 멤버다. 조셉 고든 레빗, 킬리언 머피, 톰 하디, 마리옹 코티야르, 와타나베 겐도 놀란의 작품에 두번씩 출연하며 감독의 신임을 받았고, 앤 해서웨이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이어 <인터스텔라>에 연이어 출연하게 됐다. 그리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매튜 매커너헤이가 놀란과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매커너헤이가 <머드>를 찍은 이후, 아직 <매직 마이크>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를 찍기 전 두 사람은 첫 만남을 가졌다. “당시만 하더라도 매튜 매커너헤이의 진가를 많은 이들이 몰라봤다. 캐스팅 단계에서 그의 이름이 처음 거론됐을 때 우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 이름에 의심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배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이후 그의 커리어가 점점 단단해져갔고 결국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매커너헤이에게도 놀란과의 만남은 특별했다. 매커너헤이의 표현을 빌리면 <인터스텔라>는 “<인셉션>과 <다크 나이트> 시리즈보다 더 야망이 큰 영화”이고, 그 자신에게는 “이제껏 참여한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영화”이다. “촬영 기간만 6개월이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25일, <머드>는 35일 촬영했다. 하지만 <인터스텔라>를 촬영하는 동안 영화의 스케일과 상관없이 독립영화를 찍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놀란은 원초적이고 자연스럽고 빠르게 촬영한다. 실상 그것은 독립영화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 놀란은 크리스천 베일을 배트맨으로 캐스팅하고, 히스 레저를 조커로 출연시키고, 앤 해서웨이를 캣 우먼으로 발탁하면서 자신의 배우 보는 안목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번엔 세상에서 카우보이 모자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에게 우주복을 입혔다. 놀란의 안목은 이번에도 통할까. 그것은 매커너헤이가 증명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촬영장에서 얘기 중인 크리스토퍼 놀란(왼쪽)과 매튜 매커너헤이.

5 우주를 꿈꾸게 한 영화들



SF영화의 고전이 된 지 오래지만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는 21세기에 SF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에게 여전히 영감의 원천 혹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당신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존재하지 않는 척할 수 없다.” 놀란은 <인터스텔라>를 만드는 동안 큐브릭의 영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의미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놀란이 우주 비행을 꿈꾸던 소년일 때부터 그에게 영향을 준 영화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만큼이나 <인터스텔라>에 큰 영향을 미친 영화는 필립 카우프먼의 <필사의 도전>(1983)이다. 놀란은 촬영을 시작하기 전 스탭들에게 <필사의 도전>을 스크린에 영사해 보여주었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필사의 도전>을 큰 스크린에서 보지 못했다. 이 영화는 위대한 미국영화 중 하나이지만 사람들은 이 영화가 얼마나 위대한지 잘 모르고 있다. 아마도 4시간짜리 영화라 그럴지도.” <필사의 도전>은 세계 최초로 음속 돌파에 성공한 미국의 전설적 파일럿 척 예거, 그의 라이벌이었던 스콧 크로스필드 등이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 계획인 머큐리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의 많은 매력은 척 예거를 비롯한 미국인 파일럿 캐릭터에서 비롯된다”고 놀란은 말했는데, <필사의 도전>의 척 예거 캐릭터가 <인터스텔라>의 쿠퍼 캐릭터에 대한 일종의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아홉 번째 영화이자 첫 번째 스페이스 오디세이인 <인터스텔라>는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놀란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로 완성된 듯 보인다. 그동안 ‘007’ 시리즈와 <스타워즈> 시리즈의 연출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놀란은 그 소문을 <인셉션>과 <인터스텔라>로 잠재웠다. 아무렴, 놀란의 <스타워즈>보다는 놀란의 오리지널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훨씬 흥미롭다. 8편의 영화를 찍고 나서야 우주로 나아간 놀란의 신중함 혹은 치밀함은 어쩔 수 없이 <인터스텔라>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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