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과 웃음, 둘 사이의 은밀한 어울림. 대학로 코미디 연극 ‘룸넘버 13’

대학로 코미디 연극의 계보를 잇는 룸넘버 13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잘 짜여진 각본으로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영국의 인기 극작가 겸 연출가인 레이쿠니(Ray Cooney)가 각본을 쓰고 르메이에르가 기획한 이 작품은 정치 풍자적 상황 안에서

코미디 연극의 진수를 보여준다. 주인공들의 은밀한 만남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거짓말들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속고 속이는

관계를 지켜보며 객석은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여당 국회의원과 야당 총재비서가 호텔방 613호에서 만남을 갖는다는 설정은 거짓말의 씨를 뿌리게 되는 상황적 배경이 된다.

난데없이 방 안에서 발견된 시체와 자신들의 은밀한 만남을 숨기려 시작된 거짓말은 끝없이 이어지며 반전에 반전을 더한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상황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한 인물이 말 한 마디에 갑자기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고,

당장 눈앞의 난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죽은 시체에게 말을 거는 허무맹랑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여과 없이 지켜보는 관객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웃음을 터뜨린다.

한편,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에서 배우들은 무대 위 여러 개의 문을 통해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며 극의 속도감을 더한다.

큰 창문과 세 개의 문, 무대 가운데는 소파 하나 달랑 놓여있는 단촐한 무대구조지만 어떤 장치 없이도 배우들은 온 무대를 동분서주

누빈다. 좁은 소극장 무대에서 발코니로 연결된 창문과 문을 활용한 것은 거짓말이 반복되는 극 전개의 긴박함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낸다. 계속해서 등장했다가 또 사라지는 캐릭터들을 따라가는 것도 룸넘버 13의 관람포인트 중 하나다.


전국 누적관객 100만 명을 넘기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룸넘버 13은 레이쿠니의 전작 ‘라이어’, ‘오 브라더스’의 인기를 그대로

이어나가고 있다. 레이쿠니의 작품들을 보면 거짓말들이 만들어내는 사건과 웃음이라는 포맷을 유지한다. 히트작인 라이어를 본

관객이라면 내용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룸넘버 13은 거짓말들이 만들어내는 사건과 웃음이라는 포맷 안에서

정치 풍자를 소재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다는 레이쿠니의 대전제에서 주인공을 바람난 국회의원과

여당 총재 비서로 내세워 단순한 코미디 장르에 정치 풍자와 해학을 첨가시켜 보여준 것이다.

전국 누적관객 100만 명이라는 수치가 보여주듯이 2009년부터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는 룸넘버 13은 대학로 명품 코미디

연극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웃음코드지만 탄탄한 인물 간의 관계도와 몸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가 연극의 질을 높인다. 거기에다가 연극이 시작되면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는 ‘내 말도 니 말도, 모두 거짓’ 이라는

특수한 상황 안에 놓이게 되니 관객들은 그저 웃을 준비만 하고 극장을 찾으면 될 것이다.

한편, 명품 코미디를 지향하며 땀 흘리는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연극 룸넘버 13은 대학로 극장 ‘가자’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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